손수건 잡상.
내 바지주머니는 항상 불룩하다. 어느 한쪽 앞주머니에는 핸드폰, 반대쪽 앞주머니에는 약간의 열쇠꾸러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여름에는 짧은 지갑을 바지주머니에 넣고다니니 보기싫을정도로 불룩해지곤 한다. 요즘처럼 가방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래는 장지갑을 가방속에 넣어다니고, 마이나 코트를 입으면 안주머니에 장지갑을 넣어다니지만 말이다.

앞주머니는 양쪽 다 꽉 차있다. 그럼 뒷주머니는 어떨까? 뭔가 허전하지 않을까? 내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는 항상 손수건이 한장 들어있다. 집 앞 가게나 편의점에 간단히 물건을 사러 갈때도 반바지 차림으로 나가지 않고 꼭 상·하의를 챙겨입고(그래봤자 면바지+남방 이다) 나가는 성격인것을 감안한다면 집 밖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손수건을 휴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것. 심지어는 훈련소에서도 손수건이 보급품으로 나와서 항상 휴대하고 다녔을 정도이다.

이렇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이 내가 16살때, 중 3때 일이니 거의 8년 넘게 이렇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이렇게 강박관념으로 손수건을 휴대하게 된 이유는 중 3때 있던 일의 충격니 워낙 커서였을까?

내가 고등학교로 진학할때의 충남은 비평준화 지역이었다. 모든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를 지망해 전 도(道)의 학생들이 하루에 시험을 일제히 보고, 그 성적으로 고등학교 당락을 결정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때부터 박터지게 공부하던 놈년들(공학이었다-_-)이 많았다. 물론 난 제외. 난 막판 두달동안 공부해서 고등학교 진학한거나 마찬가지니까. 워낙 공부를 안해도 성적이 잘나오기도 했고...

자뻑이 심했다. 미안하다 -_-;

여튼 하도 박터지게 공부를 해서 그런지 반 학생 한명이 수업시간에 코피를 내뿜었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두 순간적으로 대 패닉. 어찌어찌 정신을 수습한 나는 가방안에 휴지 약간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그것을 꺼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한참 날뛰고 다닐 중 3 남학생이 가방을 깨끗이 써봐자 얼마나 깨끗이 썼겠는가? 모래+먼지+그외 등등으로 인해 휴지는 이미 꼬질꼬질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였고, 나는 순간적으로 우리 반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된 것. 그냥 넘긴다면 낙천적 성격상 그냥 잊어버릴수도 있겠지만, 그 사건 이후 계속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을 보면 그 일이 어린 마음에 확실히 트라우마이긴 했었나보다.

사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다 보면 불편한점도 있다. 처음 손수건을 바지주머니에 넣어보면 엉덩이에 전해지는 은은한 이물감이 은근히 신경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침에 손수건을 챙긴다는 것이 꽤나 귀찮은것이고, 빨래하고 손수건을 정사각형으로 접어서 보관하기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긴 하다.

귀찮은것을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 십년 가까이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데에는 그만한 이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손수건을 꺼내는 장면을 보게 되면 은근히 모양이 난다. '저새키 또 자뻑하고 자빠졌네' 이러면 할말이 없긴 하지만...-_-; 은근히 주위사람들 시선이 달라진다. 항상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이미지가 그런식으로 박혀버린 내가 손수건을 꺼내는 것을 보면 약간의 야유와 함께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을 자주 했다.

한여름에 한창 더울 때 땀을 다거나 물을 흠뻑 적셔 얼굴을 비롯한 피부에 적셔주면 잠시나마 더위는 저 세상 이야기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뭔가 묻거나 떨어졌을 때 주변에 휴지가 없다 해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야외에서 세수, 세면 뒤 간단히 물기를 제거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손 안의 수건' 인것.

누군가 울 때 넌지시 건네주면 굉장히 효과가 좋다. 한번은 먼 친척분 장례식때였다. 한분이 정말 밑도끝도없이 섧게 우시길래 살짝 건네드렸다. 돌려받으며 고맙다고 해주시는데 느껴지는 그 기분이란! 그런데 정말 많이 우셨다라. 손수건이 말 그대로 '흥건히' 젖어서 돌려받았으니…. 두번째는 술먹을때 이야기. 나+여자후배 3명이서 간단하게 한잔씩 할 때 일이었다. (술값 더치였다 ㅡ_ㅡ) 한명이 술이 좀 들어가더니(바카디 두세잔) 갑자기 푸념을 하며 울더라. 그냥 묵묵히 듣다 손수건을 건네주자 순간 눈빛들이 덜덜덜...그런데 3명 모두 커플이었다는게 완전 눈물 ㅠㅠ

물론 이럴 경우로 넘겨 줄 때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청결한 것을 건네줘야 하고 ㄱ-;;

그리고 실제 일어난 적은 없지만 누군가 상처가 나면 이를 싸매줄수도 있을것이고, 화재발생시 물에 적셔 입과 코를 막을수도 이겠고... 사용법이야 무궁무진하지 않겠는가.

뭐 물론 손수건을 써 오며 좋은일만 있던것은 아니다. 실용적이고 모양도 예쁜 선물이라 생각하고 아가씨 생일선물로 레이스 달린 손수건을 주는 삽질을 하기도 했고...=_=

그래도 아마 쭉- 손수건을 사용하고, 매일 휴대하고 다닐거라 믿는다. 삼 사십년 후에는 손수건을 갖고다니는 것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게될까나. 혹시 지금 써 놓은 글을 읽으며 미소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


from ALBATROS.K the Fanatic
by 알바트로스K | 2006/10/18 17:27 | 트랙백(3)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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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안드로메다의 천년마녀씨 at 2006/10/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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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verMind at 2006/10/18 17:46
손수건까지는 아니라도 가방 한구석에 물휴지 한통정도는 상비.

가끔은 소독약에 반창고, 붕대등등이 들어갈때도.

어떨때는 혈압계, 혈당계에 체온계 및 기타등등.(.....?)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6/10/18 18:04
손수건 정도는 기본 상비품 아닌가요.
Commented by 아마란스 at 2006/10/18 18:20
..........(손수건은 사치품이라 생각한 사람.)
Commented by 신현 at 2006/10/18 18:28
저는 손수건을 가방에 넣고 다녀서, 손수건이 있는데도 휴지 찾아요. (...)
Commented by 烏有 at 2006/10/18 18:46
손씻은후 닦을때 손수건이 좋죠'ㅈ'하지만 결국 코푸는건 휴지라는거~
Commented by KURUMI at 2006/10/18 19:08
손수건이 꼭 필요한 직업도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써루악 at 2006/10/18 19:32
클로로포름 발라서 납치도 하고요[...]?
Commented by Nyamo at 2006/10/18 20:02
...전 손수건에 모기약 발라서 걸치고 다닙니다. 모기가 싫어요 [...................]
Commented by 호넷 at 2006/10/18 20:05
주머니에 휴대폰과 지갑 열쇠로 가득차있는건 마찬가지군요 (...)
Commented by 미즈하라 at 2006/10/18 20:08
가방엔 늘 물티슈 10매짜리 하나, 주머니엔 손수건 상비:D
잘다치고, 잦은 코피로 인해 필수..
..다만 코피쏟을경우엔, 그 손수건 버려야하는 상황 발생[..]
Commented by 세뇌 at 2006/10/18 22:11
요샌 손수건도 휴지도 잘 안챙겨 다니는군요..
외출이래봐야 학교에 연구실에 자취방뿐인 5분거리 생활만 하다보니... -_-;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손수건은 챙겨야 할 듯... -ㅅ-
Commented by Necrophile at 2006/10/18 22:12
..맨날 손수건 이쁜거는 사는데 어디론가 다 없어져요. 후잉 ;ㅅ;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10/18 22:32
하지만 손수건이 망사라면 어떨까요?
Commented by 날림 at 2006/10/19 00:13
누군가 코피를 흘리거나 눈물을 흘릴 때, 손수건 대신 한 마디만 외치면 될 듯 하군요...'메딕! 얼렁 메딕 불러!'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6/10/19 00:55
언제나 손목시계!.....안차고 나간 날은 허전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른는 압박감;
Commented by befine at 2006/10/19 01:43
올만.
상처에 손수건은 오히려! 피해라는 것!!
"닥터고토씨가 그러십니다" ㅋ
횽님 5종 세트 있잖아!!
지갑 + 폰 + 열쇠 + 엠피 +디카!
항상 불룩하지!
Commented by Kimme at 2006/10/19 01:49
맨날 입는 건 교복뿐인데
우리 교복에는 호주머니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넣고 다녀
Commented by 고무루피 at 2006/10/19 03:37
손수건..은 없고 DS와 DSL, PDA + 카메라모듈, 이어폰,으로 주머니가 불룩...
Commented by SoGuilty at 2006/10/19 05:14
'손수건'을(를) 장착했습니다!
감성 수치가 4 올라갔습니다!
Commented by 사랑이아빠 at 2006/10/19 08:37
-_-)=b 착~ 쵝오입니다.
Commented by 혜영양 at 2006/10/19 10:48
아주 귀엽군요. 호호호~ 호감도 350% 급상승중입니다(....)
Commented by 복숭아 at 2006/10/19 13:05
제가 그 아가씨였다면 레이스 달린 예쁜 손수건을 받고 엄청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새벽기사 at 2006/10/19 13:22
노렸구나 알밥! 이러다 이플가는거 아냐? ㅠㅠ
Commented by Kimme at 2006/10/19 13:24
메이져 ㅠㅠ
Commented by lukesky at 2006/10/19 13:25
그런데 손수건이라는 건...항상 가지고 다닐 땐 쓸모가 없다가 두고 온 날에만 쓸 일이 생겨요...ㅠ.ㅠ
Commented by 리니아 at 2006/10/19 13:25
손수건이라...귀찮음에 하루 정도는 가지고 다녀도 매일 가지고 다닌적은 없는것 같네요. 손수건 활용폭이 넓군요. 이참에 예쁜 손수건이라도 하나 장만을(...);
Commented by MANIAC at 2006/10/19 13:58
손수건 빨기가 뭐해서...
Commented by FioMama at 2006/10/19 14:01
헐 이오공감이라니 이런 메이저 블로그;ㅂ;
링크 슥 납치해 갑니당.
Commented by Saint at 2006/10/19 14:18
붐업
Commented by 샤띠야 at 2006/10/19 14:59
처음뵙겠습니다. 예쁜 손수건은 매우 좋아하는데..가지고다닐 생각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안그래도 제 가방속은 블랙홀이라llon_
Commented by 이베카 at 2006/10/19 15:11
이오공감 축하드려요 ^ㅡ^)/
Commented by 하냐앙 at 2006/10/19 15:27
이오공감 축하드려요!
개인적으로 그 미묘한 이물감이 싫다보니 ㅠㅜ

살을 빼면 되는거지만요-_-
Commented by 천년마녀 at 2006/10/19 16:21
안녕하세요- 이오공감을 읽다가 저도 손수건에 대한 제 생각이 떠올라서 업어가요ㅇㅅㅇ)/
Commented by 하얀혜성 at 2006/10/19 16:25
............이런 알밭띠!! 이오공감에 등극!!!!!!!!

Commented by 류첸 at 2006/10/19 20:15
손수건 편하죠. 특히 더운 여름에는 필수품!
헌데 아끼던 손수건 잃어버린 이후에는 도통 사질 못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써루악 at 2006/10/19 21:29
이 변태블로그가 이오공감에 오르다니 사기네요[...]
Commented by Lunatix at 2006/10/19 21:44
바지 앞쪽도 불룩하다던가 _-)~
Commented by 알테 at 2006/10/19 21:55
앗!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손수건을 쓰면 굉장히 가정교육 잘 받은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좋아해요 //ㅁ//
저 같은 경우는 가방에 뭘 많이 집어넣는 걸 싫어해서 안 썼었는데, 누군가의 영향으로 반 억지로 쓰다 보니 이제 익숙해 졌답니다.;;
Commented by Yurica at 2006/10/20 14:27
앗 덧글보고 날아왔습니다:D 저도 땀을 닦는다든지 손을 닦는다든지의 용도로 손수건을 상비하긴 하던데, 남에게 건네줘도 좋을정도의 상태를 항상 유지하는것은 자신이 없어서(.....)
저런 상황이 되어도 없는척 할것같아요 [.......]
Commented by 휴지마리 at 2006/10/20 16:47
손수건 들고다니면 지갑 꺼내거나 할때 늘 흘려서
Commented by delilife at 2006/10/20 18:07
이오공감 축하.

난 주머니엔 없고 가방을 항상 매고다녀서,

가방속에 휴대용 휴지, 핸드폰, 지갑, F5(카메라) 치약,칫솔. 항상 요렇게

가지고다니는데.
Commented by 레미앙 at 2006/10/22 15:36
아가씨가 손수건을 받고 엄청 기뻐했을 거에요~ :)

덧. 레이스 손수건하면 역시 엠마에 나오는 그...?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6/10/23 23:40
에버님 // 헐 나 수준으로 많이 갖고다니는 분일세 이거 ;ㅁ;)
좀비님 // 그게 그렇지도 않습
아마란스님 // 그게 그렇지도 않습
신현님 // 물티슈 고고
오유님 // 당연지사~
쿠루미님 // 으음. 제비라던가요 (...)
써롹옹 // 어 그건 생각도 못했는데 해봐야 (...)
냐모님 // 그러다 손수건으로 눈닦고 끼에엥ㄱ
호넷님 // ...ㅠㅠ 근데 그게 보기싫음
미짘 // 엉..병약이구나
세뇌님 // 그게 짧은 동선자의 비애입니다 ㅠㅠ
치야님 // 애인님께 조르기신공을 (...)
토군님 // 섹시!
날림옹 // 하아하아!
시스님 // 폰시계밖에 없죠 뭐 흑흑
영주 // 디카 주머니에 넣는건 좀 삽질인디..-_-;
민이 // 흐응. 가슴 앞 주머니라던가, 여기저기 주머니가 하나도 없어요?
루피님 // 전자장비는 여간한 내구성 없이는 주머니에 안넣는걸 권하심
길즐햏 // 프메가 아냣!
사랑이아버님 // -_-)~
혜영양 // 그래봤자 호감도 100점만점에 1점중에서 4.5점이 되었다는걸 다 파악하고 있어요 (...)
복사마 // 으음. 그러리라 믿어요. 저도 (웃음)
다운놈 // 가볼까 ㅠㅠ
민이 // 이러지마 ㅠㅠ
루크님 // 그거이 머피의 법칙
리니아님 // 꼭 예쁠 필요는 없지요. 문양없는 손수건도 중후해보이거든요.
스윗옹 // 세탁기 고고싱
피오님 // 낄낄 'ㅂ')
세인트님 // 하앜?
샤띠아님 // 저도 블랙홀 가방속은 이미..ㅠㅠ 주머니 가세요 주머니
이베카님 // 우홋
하냥님 // 아니 엉덩이 살 많기로는 저도 만만치 않습...-_-);
마녀님 // ㅇㅅㅇ)/
유카리쨩 // 사실 두번쨰임 (수군)
류첸님 //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트라우마네요.
써롹옹 // 닥ㅊ (...)
루나옹 // 앞주머니도 불룩하대두 -_-)~
알테님 // 역시 그렇죠? 뭔가 교양있어 보이구요.
유리카님 // 저도 남에게 줄만한 상태를 보장할 수 있는건 일주일에 2~3일 뿐인걸요 '~'
마리님 // 뒷주머니 고고
호빈 // 그렇지. 가방 사용이 괜찮아.
하나 // 음...그런 이미지지 '~'
Commented by 시아리스 at 2006/10/29 14:41
헤에... 저도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볼까요; 사실 늘상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지라 있을거 없을거 다 갖고 다니긴 합니다만 (...)
Commented by 배주 at 2006/10/30 22:49
후배 셋이 누군지 심히 궁금하다는거-__-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6/11/25 16:47
시아리스님 // 가방이라면 보관하기 더 쉽겠지요 '~'
배주 // 쉭쉭. 저리갓
Commented by Kimme at 2006/11/27 13:58
오빠가 직접 봤으니까 알거 아니에요 (빤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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